율촌댁의 머리 속에는 벌겋게 달아오르는 효원의 얼굴과 활처럼 휘어지던 그 네의 입술이, 때때로 가슴 밑바닥에서 주먹이 치밀 듯 떠올랐다. 율촌댁이 새파 랗게 노하여 내동댕이친 저고리를 줍던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 그리고 낯색도 변하지 않고 두말없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일찍 등잔불을 끄라고 말한 그날 밤 에 하필이면 반발이라도 하듯이 장 등을 하길래, 그것도 몹시 못마땅하였고, 밤 새껏 지었다는 저고리의 깃궁둥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바느질 솜씨가 남달리 좋은 율촌댁은 특별히 날렵하면서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깃을 잘 달았다. 그래서 율촌댁의 저고리는 우아하였다. 그런데 며느리가 내미는 저고리의 깃궁둥이를 보라지. 안반짝같이 펴져 가지고 넙적한 것이, 발로 바느질을 해도 이만 못할까? 이것이 사람을 업수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