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흔들리는 바람 "창씨라니, 도채체 그게 무슨 말인가? 대관절 무얼 어떻게 한다는 게야?" 청암부인의 목소리는 노여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방안에 앉은 기채와 기표는 책상다리를 한 발바닥을 쓸고만 있다. 이기채는 흰 버선발이고, 기표는 엷은 회 색 양말을 신었다. 기표는 그 차림까지도 양복이다. 하기야 문중에서 맨 먼저 상 투를 자른 사람이 기표였고 보면, 그의 저고리가 단추가 여섯 개씩이나 달린 양 복으로 바뀌고, 신발이 숭숭 뚫린 구멍에 검정 끈을 이리저리 꿰어 잡아당겨서 묶어 매는 구두로 바뀐 것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이제 오히려 기표 의 그런 모습은 당당하기까지 하고, 그 나름대로 차림이 몸에 익어, 보는 사람의 눈에도 익숙해져 버린 터였다. 이기채는 그런 기표와 달리, 아직도 두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