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동경으로 가야겠소." 강모는 신행 오던 날 밤이 늦어서야 마지못한 듯 건넌방으로 들어와 효원의 맞은편에 다리를 개고 앉더니, 양 무릎에 주먹 쥔 손을 올려 놓고 눈을 약간 내 리뜬 채 말했다. 마치 외어 온 구절을 낭독이라도 하는 것처럼 목소리에 힘이 들어 있어 어색하였다. 이것은 또 무슨 소린가. 효원은 마음이 철렁하여 강모를 또바로 바라보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단지, 무슨 동경에 가고 오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깊은 곳에 숨겨진 속뜻이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한 일이오." 강모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대실에 가기 전에 할머니께서도 허락을 하셨소." 허락이라는 말에 힘을 주며 강조한 뒤에 "얼마가 걸릴는지는 나도 몰라요. 그러니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