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물과 구름 "어머니, 창씨개명을 하기로 문중에서 결정이 됐습니다." 이기채는 단도직입으로 말을 던진다. "혈손을 보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허울뿐인 성씨만 가지고 있으면 무얼 하 겠습니까? 우선은 급한 불을 끄고, 강모, 강태, 목숨을 보존하고 있자면 언젠가 는 일본이 망허지 않겠습니까? 그놈들이 오래 간다면 얼마나 가겠습니까? 몇 백 년 몇 천 년을 갈 것인가요? 아이들이 제 근본만 잊지 않고 정신을 놓지만 않는 다면, 성씨야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나, 자손이란 한 번 맥이 끊어지면 다 시 잇기는 어려운 법이라, 강물 같은 시세를 어찌 손바닥으로 막아 볼 수가 있 겠습니까. 징병 문제만 해도, 한 번 출병허면 그 목숨은 개나 도야지 값도 못허 는 형편인지라, 기표가 손을 써 보겠다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