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동녘골양반은, 죽은 강수의 넋을 달래고 혼인을 시키는 굿을 해 주자는 동녘골댁의 말에 불같이 화를 냈었다. "미워도 자식이고 고와도 자식 아닌가요. 어떻게, 죽은 놈이라고 무심할 수가 있 단 말이요... 남이야 무어라고 하든 말든, 천금 같은 자식놈이 비명에 죽어서, 천 상으로도 구천으로도 못 가고 이리저리 배회하는 혼신을, 잘 달래서 제 길로 가 게 해 주는 것이 부모된 도리 아니겄소? 자다가도 일어나 앉어 생각허면 내 오 만 간장이 녹아 내리고, 억장이 무너져서 잠이 안 오는데..." 나뭇가지에 바람 소리만 지나가도 동녘골댁은 가슴이 시리었다. 가지에 우는 바 람의 회초리 같은 날카로운 소리는, 그대로 그네의 살을 후려치며 에이는 때문 이었다. 어쩌다가,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난만한 시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