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의 넋이 너에게 묻어 이기채가 두드리는 놋재떨이 소리가 뙤약볕 아래 쨍쨍하게 울린다. 그것은 노 여움으로 소리끝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 익어 터지는 햇빛 속에서 후욱 놋쇠 비 린내가 풍겨온다. 강모는 사랑채 마당에 서서 누런 얼굴로 하늘을 본다. 햇빛이 눈을 찌른다. 순간, 통증으로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우는 시늉이 되어 버린다. 저지난 해 여름, 강수의 넋을 혼인시키던 명혼이 있던 무렵에도 이렇게 석류껍 질 벌어지듯 쩌억 소리를 내며 햇빛이 갈라졌었지. 그 햇빛이 갈라진 자리에 캄 캄한 어둠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내리던 아찔함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그러나 그도 벌써 이 년 전 일이 되고 말았다. "아이고, 내 새끼야..." 강모가 안채 마당으로 들어섰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