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매화 핀 언덕이면 더욱 좋으리 "다 되야가는 거잉가?"만동이는 시퍼렇게 얼어붙은 달빛이 음산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무덤에 붙어 구부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며 백단이한테 묻는다. 그 목소리도 얼어 있다. 몸뚱이는 결결이 속까지 얼어들어 한기를 이기지 못하겠는데, 이마에만은 진땀이 소름같이 돋아난다. 진땀은 배짓이 돋으면서 그대로 얼어, 이마가 썬득썬득 시리다. 그의 손은 이미 아까부터 푸르딩딩 남의 손이 다 되어 버렸는데 손가락은 마디마디 툭, 툭, 부러져 떨어지게 곱아서 더 흙을 만지기에 아슬아슬하다. 그것은 추운 탓도 있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에 속이 떨리는 탓이 더 켰다. 바깥에서 끼치는 엄동의 추위는 속에서 일어나는 불안과 두려움에 비하면 오히려 별 것 아니었다. 백단이는 그런 만동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