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시린 그림자 강실이는 선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빙천의 얼음 같은 달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멀리서 울리는 대보름 풍물 소리는, 아득하게 멀어서 오히려 강실이 서 있는 오류골댁 살구나무 검은 그림자 언저리 사립문간을 적막하게 도려내어, 무슨 깊은 물 가운데로 잠겨들게 하는 것 같았다. 그 물은 소리도 없고 빛도 없어 이승이 아닌 어느 기슭에서도 저만큼 밀려나가 있는 물이었다. 그 묵적의 숨죽인 수면 위에 시린 달빛의 성에가 푸르게 어리고, 그 성에 속에 강실이는 마치 얼어 붙은 흰그림자처럼 서 있는 것이다. 달을 올려다보고 있는 강실이의 얼굴은 이미, 정월 밤의 검푸른 하늘에 뜬 흰 달보다 더 창백하게 얼어 있었다. 아까 날려 보낸 액막이 연은 어디로 날아가 하늘의 수심 까마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