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채리시오, 작은아씨."강실이는 제 이마 위로 떨어지는 눈물을 받으며, 이미 혼백이 되어버린 사람인 양 무게도 부피도 감각도 없이, 다만 모든 것이 멀고 멀어 아득할 뿐인 세상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액막이 연이 가물가물 연실을 달고 저 머나먼 밤하늘의 복판으로 허이옇게 날아 올라가듯이. 아아, 나 좀 잡아 주어. 자신의 몸이 지상에서 둥실 떠오르며 저승의 물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을 그네는 역력히 느끼었다. 그것은 아찔한 현기증이면서, 두렵고 무서운 허기였다. 어머니, 나 좀 잡아 주어요. 실을 놓친 지상의 어느 손 하나가 허우적이듯 연실 끄트머리 흰 자락을 잡아 보려 하는 것 같다가 그대로 아물아물, 액막이 연 강실이는 날아가고 있었다. 그 실을 놓친 손은 어머니인가, 아니면 제 육신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