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날 겨울 밤의 기나긴 어둠이 간밤 내내 서리를 틀었던 또아리를 풀면, 새벽은 깃을 털며 검푸르게 깨어난다. 먹지 같던 장지문 창호지에 이 새벽빛이 싸르락 스친다. 그러나 아직도 눈을 뜨기에는 이른 시각이다. 자다가 마시려고 떠다 둔 머리맡의 자리끼 물이 쩡 소리를 내게 얼어버린 방안은 여전히 캄캄하다. 군불 기운도 웬만큼 가시는 이때쯤이면, 검정 무명 이불 아래 오물오물 잠든 식구들의 발이 아랫복 온기 있는 곳으로 모여든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가는 주인의 눈치를 보며, 부엌 아궁이 옆의 부뚜막 아래 따뜻한 자리를 찾아 제 대가리를 붙이고 잠드는 겨울 강아지같이. 돌아눕기만 해도 이불자락이 떠들어져 등이 썬득하게 끼치는 외풍 때문에, 어머니는 자다가도 몇 번씩이나 무망간에 손을 뻗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