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일에 아직은 내가 있으니 너는 위로 어른 모시고 아래로 사람 부리는 일에 빈틈이 없게 해라. 이제 차츰 내 아는 일을 너한테도 가르쳐 줄 것이다만. 너도 모르는 것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묻도록해라."핏기 가신 낯빛이 삼베 상복 누런 빛과 별 다를 바 없는 이기채는 메마른 음성으로 말하였다. 그 음성이 깐깐하면서도 허적하게 들렸던 것은, 정작 마주앉아 가르쳐야 할 '바깥일'을 배울 사람이 제자리에 없는 탓이었으리라. 그 자리에 대신 앉아 시아버지의 빈 마음을 채워야 하는 며느리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추세우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나 그 이기채가 꿈에도 짐작하지 못할 참담한 일에 부딪쳐, 효원은 지금 이렇게 휘어질 듯 팽팽하게 앉아 있는 것이다."모르는 것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