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오." 기응은 다시 말머리를 잡는다. "할머님도 이제는 연만허시다. 어른이 몸소 생산은 못하셨지마는 아드님이라도 손이 많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 하나를 독자로 두었을 뿐이니 마음에 근심이 크실 게 아니냐. 네 위로 누이가 둘이 있었다고 하나, 작은누이는 그렇게 실없이 일찍 죽어 버리고, 큰누리 강련이만 해도 온전타 허기는 어려운 사람... . 집안 내력이 이러고 보니, 네가 아직 나이는 어리다만 어른 노릇을 해야 할 처지다. 그저 종가집이 흥해야 문중도 흥허는 법,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백 리라고 네 한 몸이 너 하나의 몸만은 아닌 것이다. 어쨌든지, 이번 일은 할머님 말씀대로 해라. 아, 그러고 할머님이나 네 아버님이나 모두 손자도 기달리시는데, 네가 그 소원을 풀어 드려야지, 안 그러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