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랫몰 부서방 얼레에 감겨 있던 무명실을 다 풀어 검푸른 밤하늘의 한가운데로 연을 깊이 날려보내 버린 기응은 얼레를 마루 위에 내려놓고는 "풍물 치는 구경이나 잠시 허고 올란다." 하면서 뒷짐을 진 채로 사립문을 나섰다. 흰 달빛에 그림자 검은 머리가 앞을 서는데. 바깥쪽에서 그와 엇갈리어 그림자 하나가 사람보다 먼저 문 안으로 들어선다. 기표의 처 수천댁이었다. 문간에서 마주친 수숙간에 무어라고 두어 마디 나누는 소리가 달빛 속에 두런두런 들리더니 "자네. 다리 밟으러 안 갈라는가?" 마당으로 들어선 수천댁이 오류골댁한테 물었다. 대보름날 밤이면 으레 남자들은 동산으로 달맞이를 하러 가고 달불놀이를 하며 한 동아리로 어우러져 달집을 사를 때. 여자들은 마을 가까이 있는 다리로 어울려 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