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으로 나오는 길에는 승재가 있는 금호병원께로 자꾸만 주의가 끌리는 것을 어찌하지 못하여 가뜩이나 마음이 어두웠다. 열한시 사십분 차가 거진 떠나게 되어서야 데리고 나온 식모에게다 집에 전하라고 편지를 주어 돌려보내면서, 그리고 딴 집을 구해 가서 부디 잘살라고 일렀다. 차가 슬며시 움직이자 이걸로 가위를 눌리던 악몽은 하직이요, 새로운 생애의 출발인가 하면 무엇인지 모를 안심과 희망이 조용히 솟는 것이나, 일변 너무도 호젓한 내 행색이 둘러보이면서 장차로 외로울 앞날이 막막하여, 그래도 군산을 떠나는 회포는 슬펐다. 12 만만한 자의 성명은…… 초봉이가 이리(裡里)에서 호남선 본선을 대전(大田)으로 갈아타느라고 일단 차를 내려 분잡한 플랫폼의 여러 승객들 틈에 호젓이 섞여 섰을 때다. “아니,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