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우릴 만만히 보구서 그러는 게 아니냐? 대체 어째서 가자구 했다가 이제는 오지 말란다더냐…… 답답하다. 속이나 좀 알자꾸나” “나도 몰르겠어요…… 그냥 오지 말라구 그리니깐…….” 초봉이는 곧은 대답을 않고 있다가 종시 모른다고 하고 만다. 그는 아까 저녁때 당하던 그 일을 모친한테고, 남한테고, 제 낯이 오히려 따가워서 말하기조차 창피했다. 저녁때 다섯시가 얼마 지나서다. 바쁜 일이 없어도 바쁘게 돌아다니는 제호지만, 요새 며칠은 정말 바빠서, 오늘도 아침부터 몇번째 그 긴 얼굴을 쳐들고 분주히 드나들던 끝에 잠깐 앉아 쉬려니까 그나마 안에서 윤희가 채어 들여 갔다. 제호가 안으로 들어가고 조금 있더니 큰소리가 들려 나오기 시작했다. 이틀에 한 번쯤은 내외간에 싸움을 하는 터라, 초봉이는 그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