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인연의 늪 신라 성골 진평대왕은 기골이 장대하고 위엄이 있어 그 키가 십일 척이나 되었다. 그래서 곤룡포를 지으려고 비단을 펼쳐 놓으면 방안이 마치 넘실거리는 붉은 바다 같았다. 그리고 늠름한 가슴과 우뚝 솟은 두 어깨에 발톱이 다섯 개 달린 황룡의 꿈틀거리는 무늬를 금실로 수놓은 용포를 입은 그의 위용은 흡사 붉은 구름 속의 산악 같았다. 하루는 왕이 창건한 내제석궁 천주사에 거동하여 섬돌을 밟자. 그 힘에 돌계단 두 개가 한꺼번에 부서졌다. 이에 왕이 좌우 사람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 돌을 옮기지 말고 그대로 두었다가 뒷날에 오는 세상 사람들이 보도록 하라." 이를 본 사람들은 왕의 힘이 하늘로부터 온 것이라 찬탄하며 깊이 흠모하고 우러르니. 이것이 바로 성안에 있는 다섯 개의 움직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