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부인은 이기채에게 그렇게 일렀다. "내 젊어서는 혼자몸으로 눈앞이 캄캄하여 살림을 이루노라고. 남한테 모질고 독한 소리도 많이 들었다마는. 그것은 한때라. 종내 그렇게 모으기만 한다면 그것이 도척이지 사람이겠느냐. 내가 이만큼이라도 살만 허게 되었으니 나눌 줄도 알어야지 싶어지고. 또 내 앞에 모이고 쌓인 재물이 다 내것이 아니라 남의 것 눈물나게 억지로 빼앗은 것도 있지 싶어져서. 하늘이 무섭고 사람이 가여워 무엇으론가 갚어야 가벼이 될 것만 같았더니라. 이제는 전답이 무거워. 눈물이 무겁다……. 굳이 좋게 생각허자면. 내가 남보다 좀 치부한 것은 하늘이 내 능력을 믿고. 여러 사람 쓸 것을 나한테 한 번에 맡기어 심부름 시키는 것이라고. 고지기 시키신 것이라고나 헐까. 나는 그러니. 곳간의 쇳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