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고우면 무엇하고 태깔이 있으면 무엇에 쓰랴. 사내로 세상에 나서 반듯하게 책상다리 개고 앉아,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 경세제민, 공부를 한 번 해 본 일도 없고, 그것이 아니라면 농자천하지대본이라. 온뭄에 땀흘리며 구리 같은 팔뚝으로 논을 갈고 밭을 갈아 농사를 지어 본 일도 없고, 쇠푼 한 닢이라도 더 벌어서 돈궤를 무겁게 채우는 기쁨으로 무슨 장사를 해 본 일도 없이, 그저 한세상을 제 아낙의 뒷전에서 이런 저런 굿판의 치다꺼리를 하며, 허구한 날 기껏해야. 사람 사는 세상의 땅 어디에도 부빌 곳 없는 마음을 검은 강, 검은 하늘 너머, 구천에서 맴도는 귀신한테다 메인 목을 놓아 부벼 보니. 아, 세상이 이렇게도 허한 것인가. 전에 홍술이는 쉬혼에야 얻은 자식 만동이의 조그만 낯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