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달르시라고 간곡히 작별을 하고는, 자기가 공부했던 그 절을 찾어 또 질을 떠났단다. 여러 날을 걸려서 가고 가다가 어느 만큼에 다다라 잔등이를 넘는디, 아차, 여그가 바로 거그여, 그 동네. 어린 머이매한테 도시락 얻어먹고 즈그 아부지 묏자리 하나 써준 곳. 그 순간에 정신이 펀뜻 들었제. "그 아는 시방 잘 되얐능가 어쩠능가. 묘소나 한 번 들러 봐야겄다." 그런디 아 거그를 찾어가서 봉게 이놈의 묘소가 쑥대밭이 되야 부렀네. 풀이 엉크러져 우거져 부렀어. 봉분도 무너지고, 누가 언제 사람이 왔다 간 자취도 안 뵈이는, 임자 없는 무덤이 분명허드란 말이여. "참으로 괴이헌 일이로다. 내가 그때 공부헌 원리대로 자리를 잡었는디 이럴 리가 있능가. 설령 다소 빗나갔다 허드라도 이 지경에 이르다니. 이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