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연이 허방하게 불티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에 불 그림자가 주황으로 일룽였다. 그러나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이 대보름날 밤이면. 집집마다 멀리 날리어 앞으로 다가올 액을 미리 막으려는 액막이 연을 띄우는 것이었다. 마치 소복을 한 듯 아무 색도 입히거나 칠하지 않은 백지의 바탕이 소슬한 흰연에다 섬뜩하리만큼 짙고 검은 먹빛으로 "액" "송액" "송액영복." 을 써서. 갓 떠오르는 새 달의 복판으로 날려 보내는 이 액막이 연은 얼음같이 푸르게 비추는 정월의 달빛 속에 요요한 소지처럼 하얗게 아득히 올라갔다. 얼레에 감긴 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있는 대로 모두 풀어 그 연을 허공에 놓아 주었다. 멀리. 저 멀리 더 먼 곳으로 날아가라고. "강실이 저것이 올해 신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