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 죽거든 부디 투장하여 달라 버석. 버스럭. 창호지 구겨지는 소리가 음습한 주홍의 등잔 불빛이 번진 방안에 오싹할 만큼 커다랗게 울린다. 그것은 불빛이 구겨지는 소리 같기도 하였다. 무명씨 기름으로 밝힌 등잔의 불빛은 그 주홍에 그을음을 머금고 있어. 됫박만한 방안의 어둠을 환하게 밀어낸다기보다는 오히려 벽 속에 스민 어둠까지도 깊이 빨아들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주홍을 내쉬고 어둠을 삼키는 등잔불 혓바닥이 제 숨결을 따라 팔락. 파르락. 흔들린다. 그 불빛을 받으며 등잔 아래 숨을 죽이고 앉아. 무엇인가를 창호지로 싸고 있는 당골네 백단이의 손이 자기도 모르게 후드르르 떨린다. 어두운 불 그림자가 흰 창호지에 검은 손가락 무늬를 드리운다. 버스럭. 버스럭. 뭉치가 흩어지지 않도록 단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