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실이는 사립문간에 선 채로 하염없이 연들의 뚫린 가슴을 올려다 보았다. 그 연들은 가슴에 하늘이 시리게 박힌 것처럼도 보였다. "왜 연에다가는 구멍을 뚫는대요?" 어린 날 강모는 그렇게 물었다. "그래야 잘 날지. 그게 바로 연의 비밀이니라." 기응은 웃으면서 대답했었다. "비밀?" "비어야 상하. 좌우. 자유 자재로 날 수 있는 것이다." 강모는 알 수 없는 말이라고 고개를 갸웃하였다. "봐라. 이걸 방구멍이라고 허는데." 기응은 연달을 다 깎아 한쪽으로 밀어 놓고. 깨끗한 연종이를 가로 한 번. 또 다시 세로 한 번 접어서. 각이 지게 접혀진 한가운데를 칼로 그린 듯 동그랗게 오려 냈다. 반듯하고 온전했던 하얀 백지는 그만 한순간에 가슴이 송두리째 빠져 버려 펑 뚫리고 말았다. 종이의 오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