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시끄럽네. 지가 헌 말은 생각을 못허고. 소가지라고 꼭." 오금박는 목소리로 쥐어박는 임서방 말에 더는 토를 달지 않았지만. 임서방네는 강실이 혼수 화장품 말을 꺼냈다가 들은 이야기라. 혼자 머리 속으로 그 이야기에 나오는 큰애기와 강실이를 섞바꾸어 세워 놓아 보았다. 인연은 모르는 거이라는디. 하면서. 왜 그랬는지 그네는 강실이가 아주 가련하게도 집에서 내쫓기어 수악한 머슴한테로 시집을 간다면 누구한테로 가며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것이어서 도무지 거짓말로라도 그 모습을 떠올려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네는 되작되작 원뜸의 종가에 있는 상머슴에서부터 매안 마을 집집마다 한 집씩 더듬어 가며 상머슴. 중머슴. 물담살이. 깔담살이. 그리고 노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