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봤다아." 춘복이는 거멍굴 동산의 꼭대기 바위 날망에 올라 두 다리를 장승마냥 뻗치고 선 채로 두 팔을 공중으로 번쩍 치켜 올리며 부르짖었다. 그 소리는 사나운 산짐승이 달을 보고 잡아먹을 듯이 응그리며 무서운 용틀임으로 으르렁거리는 것같이 들렸다. 아니면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오래 참고 참아 온 울음을 한 목에 터뜨리는 소리 같기도 하였다. "달 봤다아야." 비명에 가까운 춘복이의 고함소리가 동산을 뒤흔들며 공중에 울릴 때 함께 올라온 거멍굴 사람들은 달을 향해 넙죽이 큰절을 올렸다. 소원을 비는 것이다. 해가 지기도 전에 일찌감치 할랑거리며 고리배미로 앞서 간 옹구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백정 택주네 붙이들과 당골 백단이네 푸네기, 그리고 공배네 내외, 평순네들이 우줄우줄 뒤섞인 거멍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