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얼룩 달빛은 바람꽃같이 자욱하였다. 큰 바람이 일어날 때, 먼 산의 봉우리 너머 아득한 하늘로 구름처럼 뽀얗게 끼는 기운을, 사람들은 바람꽃이라 불렀다. 이윽고 휘몰아칠 큰 바람이 그렇게 미리 꽃으로 피는 것이다. 천지를 뒤집으며 지붕을 두드리고 토담을 무너뜨리는 바람이 밤새도록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집채를 쥐어뜯으며, 문고리를 비끄러맨 방안조차도 덜컹덜컹 흔들리게 하였다. 위태로움에 긴장한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루고, 뜬눈으로 허옇게 앉아 오직 귀를 칼날처럼 세우게 하는 그런 바람도, 처음에는 황사 구름 같은 하늘의 꽃으로 왔다. 그것은 두려운 조짐이었다. 허리에 찬 밤이 이우는 노적봉 위의 중천에는 얼음거울 같은 달이 빙경이란 말 그대로 차고 맑게 떠 있는데, 아까보다 더 짙은 빙무가 달을 에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