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오래 흘러 근 오십오 년이나 다 되었어도 여전히 그 빛이 선연하여 조 금도 바래지 않은 비단 원삼은, 초록의 몸 바탕에 너울같이 넓은 색동 소매를 달고 있었다. 진홍, 궁청, 노랑, 연지에 연두, 다홍을 물리고, 부리에는 눈같이 흰 한삼이 드리워진 색동 소매는, 초례청에 선 신부가 입던 그대로여서, 죽은 이의 푸른 몸에 수의로 입히기에는 섬뜩하고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은, 청암부인이 혼인하던 날 입었던 원삼이었다. 아무리 혼인을 앞둔 딸이 집안에 있다 하더라도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옷이 비단 원삼이고, 또 한 번 입은 다음에는 다시 입을 일이 없는 것이 원삼인지라, 웬만한 사람들은 문중이나 집안간, 혹은 마을에 마련되어 있는 것을 공동으로 돌려가며 입는 것이 보통인데, 청암부인의 친정 가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