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3- -2015년 5월 19일 포스팅- 아베일족. 책장을 덮고서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하나의 개별적 인격이 무거운 신의(信義)에다 자신의 실존을 예속(隸屬)시켜서 엄정한 형식으로 결행하는 자결. 단호하고 단정한 그 형식미는 얼마든지 아름답다. 그런데 명색 주군(主君)짜리를 따라 죽는 순사에 대한 일련의 것들. 저게 정말로 인간적 신의에서 비롯된 순수한 것이란 말인가하는 명제가 머릿속을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그건 전(前)과 같은 감동적 전율이 아니라, 모종의 당혹감이었다. 요매(妖魅)한 가치체계에 절대적으로 순복하려는 저 맹목의 집체적(集體的) 인간성. 인간성의 어둡고 부정적인 곳에 숨겨진 어떤 그로테스크한 모습.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모독감이랄까.. 모종의 분노까지 엄습하였다. 공동체 삶의 형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