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거멍굴 근심바우 서산 노적봉을 등뒤에 병풍같이 둘러 세우고 멀리 아득한 동쪽으로 지리산의 능선을 바라보는 마을 매안의 지형은, 검푸르게 우거진 소나무 산 노적봉의 기 맥이 아래로 벋어 내리다가 기슭에 이르면서 평평한 둔덕을 짓고 고이는데, 그 자락 끝에 나붓이 드러난 발등과 같이 도도록하다. 그냥 뒷동산이라고 불리는 산 자락 기슭에는 해묵은 밤나무가 들어차 우뚝하 거나 드러누운 바위의 큰 덩어리들과 어우러져 동무를 하고 있는데, 이 밤나무 숲을 뒤안으로 한 원뜸이 마을의 맨 위쪽이다.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암수 서로 마주하고 서 있는 종가의 솟을대문 아래쪽으로는 형제, 지친과 그 붙이의 집들이 모여 있다. "송무백열,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더니만, 이것은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