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늙은이가 고만 자자고 말하여 이불 하나를 고부 같이 덮 고 누웠을 때 별안간 삽작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곧 여러 신발소리가 들리었다. 안방의 고부가 일시에 이불을 젖히고 뛰어일어났다.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니 삽 작을 부수고 마당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수효가 근 십 명인데 손에 무엇을 든 사 람도 한둘이 아닌 성불렀다. 영문 모르는 늙은이가 벌벌 떠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김가가 사람 몰고 온 것을 짐작하고 김가가 연놈을 죽이고 거침없이 같이 살겠다고 할 때 단단히 차리고 오라고 당부까지 한 계집이 역시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건넌방 문이 펄떡 열리며 “너희놈들이 다 누구냐?” 돌석이의 야 무진 말소리가 들리고 마당에서 발을 구르며 “이놈아 내 기집 내놔라. " 김가의 볼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