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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6권 (2)

서림이가 예방비장의 말을 들은 뒤에 한번 남몰래 옥부용과 만나서 사정을 이 야기하고 옥부용의 집에 발을 끊고 상종 않는 표를 남에게 보이려고 일부러 친 한 기생 도화의 집에 가서 숙식하고 있었다. 옥부용은 간간이 서림이를 생각하 여 한번 병 핑계하고 집에 나와서 서림이를 만나자고 밤에 계집아이를 보냈더니 서림이 계집아이더러는 먼저 가라고 돌려보내고 나중에도 오지 아니하여 옥부용 이는 “도화에게 반해서 벌써 나를 잊었구나.”하고 서림이를 원망하고 “안 만 나두 고만이다. 어디보자.” 하고 서림이를 벼르기까지 하였다. 어느 때 창성서 초피.수달피를 많이 구해 와서 좋은 것은 진상품으로 따로두고 그 나머지는 선 사품으로 집어둘 때 서림이 감사 몰래 선사품에서 수달피 한두 장을 훔쳐내다가 도화를 주어서 도화가 ..

임꺽정 6권 (1)

제7장 서림 1 을사년에 십이 세 된 어린 왕이 등극한 후 윤원형이 왕대비의 동기로 권세를 잡기 시작하여 한 해 두 해 지나는 동안 발호가 차차로 심하여져서 주고 빼앗는 것은 차치하고 살리고 죽이는 것까지 거의 임의로 하게 되니 조정이 왕의 조정 이 아니요, 곧 윤원형의 조정이라 왕이 연세가 이십이 가까우며부터 내심으로 윤원형이를 몹시 꺼리었다. 그러나 대비가 엄하기 짝이 없어서 왕이 조금만 뜻 을 거슬려도 곧 화를 내며 “네가 오늘날 임금 노릇을 하는 것이 뉘 덕이냐? 내 오라버니와 내 덕이 아니냐!“ 왕을 너라고 하고 야단칠 뿐 아니라 심하면 두들 기까지 하여서 효성 있는 왕이 대비께 승순하기를 힘쓰므로 윤원형의 권세를 빼 앗을 가망이 없없다. 왕은 윤원형의 권세를 갈라나 보려고 생각하고 갈라 줄 만..

임꺽정 5권 (50,完)

“누구더러 년이래?” “네년더러 년이라구 못한단 말이냐!” “사람이 살려니까 별꼴을 다 보겠네.”하고 하님이 혼잣말하는 것을 봉학이가 “무엇이 어째! 이년, 다시 한번 말해 봐라!”하고 호령할 때 마친 궐내에서 재상 하나가 퇴궐하여 나오니 봉학이와 하님이 다같이 한옆으로 비켜서서 재상의 나오는 길을 틔워 놓았다. 재상이 문밖에 나오자 비켜섰던 하님이 앞으로 쫓아 나오며 “아이구 미동 대감마님, 쇤네 좀 보십시오.”하고 소리를 질러서 그 재상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네가 영부사댁 정경부인 시녀 아니냐?” 하고 하님을 알아보았다. “대비마마 저녁 수라에 드릴 찬을 가지고 왔는데.” 하님의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재상이 “수라간 찬보다 좋은 찬이 무엇 이니?”하고 물었다. “찬은 좋지 않아도 정경부인 마님이 ..

임꺽정 5권 (49)

봉학이가 전주 와서 책방을 작별하여 보내고 계향이는 서울 전접하는 동안 있 으라고 떼어놓고 꺽정이와 같이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길을 돌아 죽산 칠장사에 들어가서 팔십 노인 선생을 뫼시고 수일 지내고 다시 꺽정이와 같이 떠나서 서 울로 올라왔다. 꺽정이가 양주집으로 내려간 것은 말할 것 없고 봉학이는 서울 입성하여 곧 이윤우댁을 찾아가서 문안하고 다음날 비로소 궐하에 숙배하고 또 그 다음날부터 의흥중위인 외소에 출사하였다. 전란이 없는 평시에는 오위 각소가 다 일없는 마을들이라 봉학이가 마을일을 알게 되자마자, 곧 자기 벼슬이 재미가 없어서 이우윤께 이 뜻을 말씀하였다가 벼슬이란 재미를 취해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고 꾸중을 듣고 다시 두말 못하였 다. 봉학이는 벼슬이 한가한 덕에 말미 얻기가 쉬워서 서울 문..

임꺽정 5권 (48)

둘이 권커니잣커니 먹느라고 술을 네 번이나 더 내왔다. 술기운이 팔구 분 오 른 뒤에 꺽정이가 봉학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자네는 대체 이 세상이 어떻 다구 생각하나?”하고 물었다. “어떻다니 무슨 말이오?” “좋은 세상이냐 망 한 세상이냐 묻는 말이야.” “글쎄 좋은 세상이라군 할 수 없겠지.” “내가 다 른 건 모르네만 이 세상이 망한 세상인 것은 남버덤 잘 아네. 여보게 내 말 듣 게. 임금이 영의정감으루까지 치든 우리 선생님이 중놈 노릇을 하구 진실하기가 짝이 없는 우리 유복이가 도둑눔 노릇을 하는 것이 모두 다 세상을 못 만난 탓 이지 무엇인가. 자네는 그렇게 생각 않나?”하고 꺽정이가 흰자 많은 눈으로 봉 학이를 바라보았다. 꺽정이의 입에서 말이 부프게 나올 때 눈동자 위로 흰자가 많이 나오..

임꺽정 5권 (47)

봉학이가 그제야 뜰 위 뜰 아래에 우뚝우뚝 섰는 관속들을 내다보고 다 물려 내보낸 뒤에 “곤하시거든 좀 누우시려우?”하고 꺽정이더러 물었다. “곤하긴 무어 곤하겠나?” “아까 보니 술이 꽤 취하신 것 같습디다.” “임꺽정이가 사 십 평생에 처음 원님 기신 동헌에 들어오느라고 좀 취한 체했네.” “그럼, 우리 내아에 들어가서 이야기하다가 저녁을 먹읍시다.” “아무리나 하세.” 봉학이 가 꺽정이를 데리고 내아로 들어왔다. 계향이가 봉학이의 큰기침 소리를 듣고 방에서 마루로 쫓아나오다가 패랭이 쓴 사람과 같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해괴하게 생각하면서 마루 한구석에 비켜섰다. 봉학이가 꺽정이를 방으로 인도하고 계향이를 돌아보며 “양주 장사 가 오셨으니 들어와 보입게.”하고 말하였다. 양주 장사 임꺽정이가 ..

임꺽정 5권 (46)

지난번 꺽정이에게 편지할 때 한번 유복이를 데리고 와서 몇 달 놀다 가라고 말하였더니 꺽정이에게서 육로 천 리, 수로 천 리에 놀러가기가 쉽지도 않거니와 자기나 유복이나 원님의 손님 노룻할 주제가 못 된다고 거절하는 회답이 왔었다. 봉학이가 한번 서울을 올라갔다 오려고 생각하고 먼저 계향이에게 의논하니 계향이는 “수이 내적으로 옮기실 테라면 먼 길에 왔다갔다 하실 것 무어있소.” 하고 그만두면 좋을 뜻을 말하였다. “그렇게 쉽게 내직으루 옮기게 될지 누가 아나.” “지난번 구사또 서간에 그런 말씀이 기셨다고 하셨지요.” “차차 주선해 보자는 허락은 기셨지만 그것두 한번 가서 보입구 말씀으루 품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상서로 사뢰어도 구사또께서 어련히 나으리 일을 생각해 주시리까.” “여러 가지 볼일..

임꺽정 5권 (45)

3 제주도 남쪽땅 구십여 리 폭원에 대정이 서쪽에 있고 정의가 동쪽에 있으니 정의읍에서 보면 국내에 이름높은 한라산이 서로 이십 리요, 신선의 놀이터라는 영주산이 북으로 사 마장이며 동으로는 성산포가 이십오리인데 해수 많이 모이 는 우도가 가까이 있고 남으로는 바다가 칠 마장인데 호호망망한 남해가 가이없 다. 산에서는 희귀한 약재가 나고 바다에서는 풍부한 해물이 나건마는 백성은 살기가 간구하였다. 토지가 대개 돌서덜밭인데 농구가 변변치 못하여 밭벼, 서속 같은 곡식이 소출이 적고 잠수질로 해의, 전복 등속을 따고 낚시질로 은구어, 옥 두어등속을 잡으나, 그물 같은 좋은 어구를 쓸줄 모르고 사내가 적고 계집이 많 은 곳이라 사내는 놀리고 계집이 일하는 것이 풍속인 까닭에 여름살이도 주장 계집의 일이요, 고..

임꺽정 5권 (44)

계향이가 몸져 누운지 육칠 일 만에 머리 들고 일어나기는 하였으나 한편 다리 팔을 조금도 쓰지 못하였다. 의원들의 말이 영영 반신불수가 될 것 같다고 하여 계향이는 문병오는 사람을 보면 한숨을 쉬고 눈물까지 흘리었다. 계향이가 병신이 되엇 기생 거행을 못하겠다고 소지를 바치니 감사가 행수기생을 불러서 물어보고 또 수노를 내보내서 알아보았다. 반신불수 병신 된 것이 확실하단 말을 듣고 감사는 계향이의 이름을 기적에서 빼고 다른 계집으로 대까지 들여세우게 하였다. 정의 현감 교지가 서울서 내려온 뒤 벌써 여러날이 지나서 신연 하인이 올때도 되었으 나 풍랑에 뱃길이 늦었는지 아직 오지 아니하였다. 이때 마침 감사의 과만이 다 차서 내직으로 옮길지 잉임이 될지 모르는 중이라 봉학이는 아주 알고 갈 마음 이 있었..

임꺽정 5권 (43)

“그게 무슨 말씀이오? 장계를 하는데 일이 중대치 않게 되도록 어떻게 하오? 장 계를 하자면 자연 이봉학과 계향에게 문초를 받아서 전후사 사실대로 주달하지 별수 있고. 장계학 때 내 처지로는 자열소까지 아니할 수 없소.” “이러고 저러 고 하관이 소지 놓고 가면 고만 아닙니까. ” “영감이 소지를 놓고 가면 소지 놓고 가게 된 사실을 위에 장계할 수 밖에 없단 말이오.” “그러면 어떻게 해 야 좋겠습니까?” “나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질정한 생각이 없으니 도사를 불 러서 같이 상의해 봅시다.”도사가 불려들어와서 감사와 부윤의 말을 들은 뒤에 일을 버르집으면 감사 말씀과 같이 의외에 중대하게 될는지 모르고, 또 그렇게 까지 가지 않더라도 부대윤으로 감영 비장과 기생 다툼하다가 소조를 당하였다는 소문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