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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5권 (43)

“그게 무슨 말씀이오? 장계를 하는데 일이 중대치 않게 되도록 어떻게 하오? 장 계를 하자면 자연 이봉학과 계향에게 문초를 받아서 전후사 사실대로 주달하지 별수 있고. 장계학 때 내 처지로는 자열소까지 아니할 수 없소.” “이러고 저러 고 하관이 소지 놓고 가면 고만 아닙니까. ” “영감이 소지를 놓고 가면 소지 놓고 가게 된 사실을 위에 장계할 수 밖에 없단 말이오.” “그러면 어떻게 해 야 좋겠습니까?” “나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질정한 생각이 없으니 도사를 불 러서 같이 상의해 봅시다.”도사가 불려들어와서 감사와 부윤의 말을 들은 뒤에 일을 버르집으면 감사 말씀과 같이 의외에 중대하게 될는지 모르고, 또 그렇게 까지 가지 않더라도 부대윤으로 감영 비장과 기생 다툼하다가 소조를 당하였다는 소문이 세상..

임꺽정 5권 (42)

“아이구, 저게 왠일이야?” 늙은이와 계집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고 “아이구, 우리 세간을 어떻게 하나. " 동자하는 여편네는 근두박질하여 밖으로 나갔다. “불이야! ” 소리가 연해나며 이웃들이 모여와서 불을 잡기 시작하였다. 계집아이는 감 영으로 뛰어가고 늙은이는 안을 비울 수 없어서 안마당에서만 왔다갔다 하였다. 다행히 사람이 빨리 서둘러서 불이 커지지 못하고 잡히었다. 불 잡은 사람들이 차차 흩어질 때 비로소 계향이가 계집아이를 데리고 감영에서 나왔다. 아직 가 지 않은 사람들을 인사하여 보낸 뒤에 계향이는 심부름하는 사내에게 불난 까닭 을 물었다. “불기없는 광채에서 어째 불이 났을까?” “모르겠습니다. " “모르 다니 불날 때 어디 있었기에 모른단 말이야?” “방에 누워 있다가 불이야 소리 를 듣..

임꺽정 5권 (41)

봉학이가 낮에는 선화당과 비장청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해를 지우고 저녁밥은 감사의 분부로 선화당 대청에서 다른 비장들과 같이 먹고, 석후에는 감사를 뫼시고 서서 몸으로 겪은 일과 눈으로 본 일과 귀로 들은 일을 대강 다 말씀하고 이내 감사 께 저녁문안을 마친 뒤에 비로소 처소로 내려왔다. 봉학이의 처소는 전에 있던 곳이니 공방에서 병방으로 소임이 바뀐 후에도 감사의 말씀으로 처소만은 옮기 지 아니하였었다. 호젓한 처소에 계향이가 혼자 촛불을 돋우고 앉았다가 봉학이 를 맞아들였다. "저녁밥은 어디서 먹었느냐?" "여기서 먹었세요. " "집에서 들여 왔더냐?" "나으리가 통인에게 전갈까지 해 보내주시고 웬 딴 말씀이세요?” “ 나는 그런 일이 없는데 실없은 형방이 어주전갈을 시킨 모양인가. " “이번에 참 말..

임꺽정 5권 (40)

사수들의 화살은 한데 떨어지는 것이 많고 또 빗맞는 것이 많았으나 봉학이의 화살은 하나가 나가면 반드시 적병이 하나씩 꺼꾸러졌다. 봉학이가 옆에 놓인 화살을 반도 채 다 못 써서 적병이 뒤로 물러나가기 시작하였다. 봉학이가 적의 퇴진하는 것을 보고 성문을 열고 나가 서 뒤쫓으려다가 퇴군하는 적을 뒤쫓을 때는 복병을 조심하여야 한다고 들은 말 이 있는 까닭에 적의 복병이 있을까 염려하여 고만두었다. 적이 멀리가서 눈에 보이지 않은 뒤에 군사 몇십 명을 성 밖에 내보내서 죽은 적의 머리를 베어오라 하였더니 적이 퇴진할 때 머리를 잘라간 것이 많아서 베어온 머릿수는 십여 개 밖에 안 되었다. 성 앞문에서는 적의 머리를 십여 개나마 얻었지만, 성 뒷문에 서는 한 개도 얻지 못하여 첨사가 봉학이를 볼 때 부끄러워..

임꺽정 5권 (39)

2 봉학이의 주장 이윤경이 전라감사로 승탁될 때 직함이 전라도관찰사 겸 병마 수군절도사뿐이라 도내 병사, 수사는 휘하에 들지 아니하였는데 이듬해 봄에 나 라에서 순찰사 직함을 더 주어서 병수사 이하 제장을 전제하게 되었다. 주장의 권사 이하 제장을 전제하게 되었다. 주장의 권한이 커지면 비장의 기세가 오르 는 것은 정한 일이라 각 비장이 다 좋아하는 중에 특별히 병방비징인 중군은 자 기의 직함이 돋친 것같이 바로 의기가 양양하였다. 병방비장이 어깻바람이 나게 다니는 것을 예방비장은 눈 거칠게 보았던지 같이 앉았는 다른 비장들을 돌아보 고 “중군은 요새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아. " 하고 말하여 “다 같은 중군 이라두 순찰사 영문 중군이 좋거든요. " “그 사람 자기 말이 요새는 밥맛을 모 른다든걸...

임꺽정 5권 (38)

계집이 봉학이의 손을 놓고 대번에 뒤에 와서 누우며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까 지 덮었다. “치마나 벗구 누워라. " “장지나 좀 닫으시오. " “이년 보게, 나를 심부름시키지 않나. " 봉학이가 장지를 닫고 와서 계집의 옆에 누웠다. “윗간에 무어 있습니까?” “있기는 무어 있어. 빈 방이지. " “기집이 없어요?” “웬 기집이 또 있어. 기집 사태 났더냐?” “아까 보셨다며. " “아까 본 게 너지 누 구야?” “나말고 또 보셨다고 했지요. " “그랬던가?” “나리를 속일라다 내가 되려 속았구려. " “나를 속일라고 했다. 이년 보아, 네 이름이 계향이랬지. " “계향이, 이름이 좋지요. " “추월이버덤은 낫다. " “하필 왜 그 이름에 다 갖다 대요?” “추월이, 추월이두 부르기는 좋은 이름이다. " ..

임꺽정 5권 (37)

봉학이가 기생을 데리고 잤다. 꿈이 깨어서 눈을 떠보니 날이 벌써 환하게 다 밝았 었다. 너무 늦지나 않았나 생각하고 벌떡 일어나서 아래윗간 문을 다 열어놓았다. 봉학이가 일어나며부터 식전내 여러 사람에게 아침 인사를 탐탁하게 받았다. 감영 하인들은 죽을 경우에 살아난 사람처럼 아는 눈치고 다른 비장들은 한번 액회를 면한 것같이 치는 모양이고 감사까지 밤 사이 무양한 것을 기뻐하는 기 색이 현연하였다. 감사가 각 비장의 아침 문안을 받을 때 전 같으면 여러 비장 의 얼굴을 한 번 죽 돌아보며 고개나 끄떡이고 말 것인데, 이날 봉학이에게는 특별히 “밤에 잘 잤느냐?” 하고 묻고 육방관속들의 조사가 끝난 뒤에 감사가 비장들을 돌아보다가 다시 봉학이에게 “외딴 처소에 혼자 자기가 고적치 않느 냐?” 하고 물었..

임꺽정 5권 (36)

봉학이가 경기전 장원 퇴락한 곳을 봉심한 뒤에 경기전에서 가까운 내사정에 가서 한량들의 활쏘는 것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활 하나를 빌어가지고 전후 세 순을 쏘는데, 첫순은 자청하여 쏘고 둘째순은 활 임자의 청으로 쏘고 셋째순 은 여러 한량들에게 졸려서 쏘았다. 세 순이 다 같은 오중이라도 살을 꽂는 곳 은 다 각각 달랐다. 첫순네는 과녁 네 귀와 복판에 다섯 살을 벌려 꽂고, 둘째순 에는 무고위에 다섯 살을 일자로 꽂고, 셋째순에는 똥때까지 여섯 살을 과녁 복 판에 모아서 꽂았다. 봉학이로면 이쯤것은 자랑거리도 되지 못하건만 한량들은 귀신 같은 재주라고 놀라서 혀들을 내둘렀다. 한량들이 봉학이를 술대접하려고 술집으로 끄는 것을 봉학이가 오늘은 공사로 나온 길이라 술 먹고 있을 수 없다 고 사피하고 내..

임꺽정 5권 (35)

제 6장 이봉학이 1 이윤경이 전라도관찰사가 되어서 전주에 부임할 때 난리 뒤라고 모든 일에 제폐하기를 힘썼으나 이 길이 부임하자 개선이라 자연 기구가 볼 만하 였다. 새 감사가 전주 입성하는 날 부중 백성들이 남녀노소 모두 뒤끓어 나와서 십 리 밖까지 사람으로 성을 쌓았다. 오마작대의 마군이 선진으로 맨 앞에 오고 그 뒤에 새 감사가 전날 부윤으로 출전할 때 데리고 갔던 여러 광대들이 오색옷 들을 입고 춤을 추며 오는데 그 중간에 악수 한 패가 길군악을 울리고 그 뒤에 오색 깃발이 바람에 펄펄 날리는데 호남제군 사명기가 높이 떠서 오고 사명기 뒤 에 군사 두 패가 전후에 갈라서고 그 중간에 감사가 융복을 갖추고 백마 위에 두렷이 앉아 오느데 말 탄 군관이 좌우로 옹위하였다. 이 군관은 감사 덕에 호사 ..

임꺽정 5권 (34)

봉산군수가 경천 살인범인 배돌석이 잡혔단 말을 듣고 즉시 형장을 갖추고 잡아들여서 대강 문초한 뒤에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새벽에 황주로 압송하도록 하고 옥에 내려 가두어라. " 하고 분부하여 돌석이는 큰칼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되었다. 황주서 공문이 온 것은 전날 저녁때요, 보산서 장채가 풀린 것은 이날 식전이다. 천왕동이가 여러 장교들 틈에 서서 “경천 살인범인 배돌석이가 봉산으로 도망한 형적이 있으니 기찰하여 잡아달라. " 는 황주 공문의 사연을 들을 때 속으로 ‘이 사람이 간통한 남녀를 죽였구나. 봉산으로 온다면 내게로 오겠지.’ 하고 마중삼아 기찰하러 나갈까 고만둘까 주저하다가 마침내 모피하고 장청에 남아 있었다. 해가 점심때 다 된 뒤에 손님이 있어 나가겠다고 수교에게 사정하고 처가에 나와서 유..